조선 호랑이 그림 多 모였네…영화 '대호' 제작 과정도 공개

입력 2015-12-13 19:31  

서울미술관 개관 3주년 특별전 '대호'
'송호도' '까치호랑이' 등 30여점 선봬



[ 김경갑 기자 ] 호랑이는 한민족과 함께해온 영험한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지리역사학을 공부한 최남선은 1908년 ‘소년’지 창간호에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지도를 삽화로 실어 호랑이를 한국의 대표적 동물로 세상에 알리는 데 힘썼다. 당시 호랑이 가죽을 마구잡이로 수탈한 일제는 해로운 동물을 없앤다는 구실로 호랑이 포획을 일삼았다.

다채로운 색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두드러진 민화 중에서 호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골라 모은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이 개관 3주년을 기념해 내년 2월28일까지 여는 ‘대호’(大虎)전이다. ‘백성의 그림전’이란 테마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상상력을 펼친 조선시대 예술가들의 기발하고도 멋스러운 민화 30여점이 걸렸다.

조선시대 화가들은 동물의 에너지를 한민족 역사에 접목해 백성들의 꿈을 화면에 쏟아냈다. 호랑이 그림의 백미로 꼽히는 ‘송호도’(松虎圖)는 생동감 넘치는 필치가 압권이다. 소나무 아래에서 포효하는 호랑이는 벽에 붙여놓는 것만막?재앙을 물리쳐줄 든든한 의지처가 된다. 19세기 제작한 ‘까치호랑이’(虎鵲圖)에는 호랑이가 고개를 돌려 까치를 바라보고 있고, 배경으로 소나무가 있다.

안진우 서울미술관 큐레이터는 “민화에서 호랑이 꼬리는 통상 남자의 성기처럼 다리 사이에서 하늘로 솟아 있거나 소나무를 향하게 그려졌다”며 “소나무에 여자의 음부를 상징하는 옹이를 그려 넣어 호랑이 꼬리와 상응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까치호랑이’는 임진왜란 전후 전해진 중국 명나라의 ‘자모호도(子母虎圖)’와 ‘유호도(乳虎圖)’에서 유래했다. 중국에서는 호랑이가 부패한 관리를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됐다. 험악한 표정이던 중국의 호랑이는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바보 호랑이’로 풍자되기도 했다.

큰 눈을 가진 호랑이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 작품 ‘호도’(虎圖)도 걸렸다. 흑점 무늬가 몸 전체를 감싸고 있어 호랑이와 표범을 단일 동물로 여겼던 조선시대 민족 정서를 엿볼 수 있다.

가로 312㎝, 세로 159㎝인 표피도(豹皮圖), 소나무와 호랑이를 한 화면에 담은 여러 점의 송호도, 호랑이를 소재로 한 부적, 산신으로 묘사한 호랑이 그림 등도 소개한다. ‘백성의 그림전’은 민화의 소박한 형태와 파격적 구성, 화려한 색채 등을 통해 한국 전통회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한다는 뜻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3회에 걸쳐 열린다.

서울미술관은 오는 16일 영화 ‘대호’가 개봉함에 따라 협업 행사도 준비했다. 영화 미공개 스틸 컷을 전시하고, 제작과정이 담긴 영상도 상영한다. (02)395-01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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